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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의 『왓칭』을 읽고

모색하는세대 2025. 5. 11. 09:15

목차



     

    왓칭

     

     

     

    아미그달라(편도체)

    우리 두뇌 속의 양쪽 뇌의 빨간 부위가 분노 증오 슬픔 절망 공포 등 모든 부정적 감정에 불을 댕기는 아미그달라(편도체)이다.

     

    우리 두뇌는 5세 이전에는 아미그달라를 통해 분노 증오 절망 등 원시적 감정을 배우고, 5세부터는 대뇌피질을 통해 사회생활에 필요한 개념적 언어를 배운다.

     

    우리가 5세 이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다. 5세 유아는 생존에 대한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반사적으로 빨간 불을 켠다. 5세 유아를 달래줘야 한다.

     

    달래주는 최선의 방법은 바라보는 것이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5세 유아의 빨간 불은 꺼진다.

     

    하버드대학 테일러 박사는 조용히 주시하는 것만으로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이 90초 내에 식어버린다고 말한다. ​

     

     

    위기를 뒤집는 설득의 원리

    면접관이 성적을 따지는 이유는 "불성실한 학생 아니야?" 하는 의구심으로 빨간 불을 켜놓고 있는 것이다.

    "제 점수가 나빠서 우려되시죠? 사실 저 자신도 그런 걱정 많이 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먼저 아미그달라를 달래줘야 한다.

    "솔직히 분명한 인생 목표를 세우지 못하고 한동안 방황했습니다.

    대학 공부도 피상적으로 보였죠. 그래서 대신 많은 책을 읽으며 생각을 거듭했습니다.

    그 결과 인생 목표가 뚜렷해졌고 더욱 강한 내가 될 수 있었어요. 학교 점수는 나빴지만 내면은 가득 차 올랐죠.

    그 방황기가 없었다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현재의 나는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말을 듣고 누군들 깊은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치명적인 약점이 강점으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

     

    이번엔 당신이 한 작은 회사의 사장이라고 가정해 보자.

    출장을 보냈던 두 직원이 아주 흡사한 사고를 일으켰다.

    첫째 직원은 돌아와 "사장님 걱정 많으셨죠? 다행히 잘 해결됐습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걱정 많으셨죠"라는 한마디는 불쾌한 감정을 바라보고 인정해 주는 말이다.

    첫째 직원에 대한 신뢰가 급상승하게 된다.

    둘째 직원은 "사장님 걱정 마세요. 다행히 잘 해결됐습니다"라고 말한다.

    "걱정 마세요"라는 말은 불쾌감의 존재를 부정한다. ​

     

    미국 유타대학의 워너 교수는 학생들이 강의실 쓰레기통에 빈 깡통을 함부로 버리는 걸 보고 쓰레기통에 스티커를 붙여보았다.

    "빈 깡통은 버리지 마세요. 1층 입구의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리세요"

    하지만 응하는 학생은 고작 40%에 불과했다.

    "빈 깡통은 버리지 마세요. 1층 입구의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리세요. 귀찮겠지만 중요한 일입니다"

    그랬더니 참여율이 80%로 껑충 뛰어올랐다.

    학생들이 빈 깡통을 재활용하려면 일부러 1층 입구까지 가야 하므로 아미그달라는 불쾌 신호를 켜는 것이다. ​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학교 수업 시간에 크리스마스 화환을 만든다고 해서 전날 밤 아이와 함께 문방구에서 몇 가지 장식물을 샀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의 장식물은 우리 아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휘황찬란하고 요란했다.

    오후에 전화가 와서 아빠 때문에 창피를 당했다고 울먹였다.

    "괜찮아 사람마다 크리스마스 화환 만드는 생각이 다 달라. 요란하게 만드는 아이도 있고, 수수하게 만드는 아이도 있는 거지. 뭐!"

    아이는 더 씩씩거렸다.

    나의 대처 방법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 다른 아이들은 다 멋진 걸 많이 갖고 와서 속상했구나! 아빠라도 속이 많이 상했을 거야! 다음엔 좀 더 많이 챙겨가자 알았지?"

    이렇게 말하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

     

    한강 다리 꼭대기에 한 남자가 경찰과 대치 중이다.

    경찰이 확성기에 대고 계속 설득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때 한 설득 전문가가 확성기를 건네받았다.

    "이봐요 젊은이! 젊은이는 이 세상 아무도 젊은이 속 마음을 모른다고 생각하죠!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더 이상 손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죠?

    이 세상 아무도 젊은이가 안고 있는 고통과 배신감을 모를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열심히 일했지만 직장에서 어이없이 쫓겨나고 아내도 위로는 못해 줄망정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고 게다가 친구들까지 등을 돌리고,

    그래요! 믿을 사람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거요.

    모든 걸 끝장내고 영원히 쉬고 싶은 생각 밖에 안 들 거요.

    도대체 직장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겁니까?

    젊은이를 해고시킨 작자는 대체 어떻게 되먹은 인간이었나요?

    젊은이 실컷 울어 보세요. 나도 그런 억울한 일을 당해 울어 본 적이 있다오."

    사다리차가 트러스트에 닿는 순간 설득 전문가가 두 손을 뻗어 마치 어린아이를 얼싸안으려는 듯 남자의 두 손을 덥석 감싸 잡는다. ​

     

    면접관으로 들어갔던 적이 있다.

    누가 봐도 외모가 많이 뒤진다는 평가를 받을 게 뻔한 그녀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제 첫인상을 보시고 실망하셨죠! 저런 얼굴로 어떻게 감히 방송국에 지원하나 하고요.

    첫인상은 타고난 거라 저도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끝 인상만큼은 책임질 자신이 있습니다.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 뒷바라지가 필요한 일. 끝 인상을 책임질 만한 일은 무조건 자신 있습니다."

    나는 속으로 감동했다.

    그녀는 그 몇 마디로 면접관들의 불쾌 신호를 일거에 꺼 버렸다.

    그런 다음 자신의 외적인 약점을 상쇄시키고도 남는 내적인 장점을 언급했다.

    이것이 약점을 장점으로 뒤바꿔 놓는 마술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는 당당히 합격했고 지금도 그 부서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

     

    다음 중 어느 음식점의 광고가 가장 마음에 드는가?

    "우리 음식점은 최고의 인테리어와 최신 냉난방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분위기도 아늑합니다"

    자랑만 늘어놓아 신뢰가 가지 않는다.

    "우리 음식점은 최고의 인테리어와 최신 냉난방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용 주차장이 없어서 주차가 불편할 수는 있습니다."

    솔직해 보이기는 하지만 장단점 사이에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

    우리 음식점은 전용 주차장이 없을 만큼 공간은 작습니다.

    하지만 작은 데서 오는 특유의 아늑함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단점을 거론한 뒤 단점을 상쇄시키는 특징을 함께 거론했다.

    그래야만 단점이 장점이 된다. ​

     

    같은 물건을 30% 비싸게 팔아야 할 때

    1. 사실 이 신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30%나 더 비쌉니다.

    하지만 훨씬 빠르고 공간도 덜 차지하죠.

    2. 사실 이 신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30%나 더 비쌉니다.

    하지만 내구성과 전기 사용량을 따지면 비싼 비용을 뽑고도 남죠.

    정답은 두 번째다.

    비용에 관한 단점을 언급했으면 역시 비용에 관한 장점을 언급해야만 고객의 아미그달라에 켜진 불쾌 신호를 해제시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