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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은 도끼다

     

    카프카의 변신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

     

     

    최인훈의 광장(운문처럼 쓴 산문)

    삶은 실수할 적마다 패를 하나씩 빼앗기는 놀이다.

    보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은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만들어 낸 것인지도 모른다. ​

     

     

    김훈의 자전거 여행

    슬픔도 풍화되는 것이어서 30년이 지난 무덤가에서는 사별과 부재의 슬픔이 슬프지 않고, 슬픔조차도 시간 속에서 바래지는 또 다른 슬픔이 진실로 슬펐고 먼 슬픔이 다가와 가까운 슬픔의 자리를 차지했던 것인데, 이 풍화의 슬픔은 본래 그러한 것이어서 울 수 있는 슬픔이 아니다.

     

    겨울에는 봄의 길들을 떠올릴 수 없었고 봄에는 겨울의 길들이 믿어지지 않는다. ​

    동백꽃은 해안선을 가득 메우고도 군집으로서의 현란한 힘을 이루지 않는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늙고 나면 젊음이 없어질 건데 그래서 늙힌다는 표현을 손종섭이 사용했다. ​

     

     

    알랭드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우리가 사람에게 하는 것이나 예술가들이 사물에 하는 것이 같은 과정이라는 메시지가 이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존 러스킨은 부유한 사람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삶 즉 사람의 힘, 기쁨의 힘, 감탄의 힘을 모두 포함하는 삶 외에 다른 부는 없다.

    고귀하고 행복한 인간을 가장 많이 길러내는 나라가 가장 부유하다.

     

    자신의 삶의 기능들을 최대한 완벽하게 다듬어 자신의 삶에 나아가 자신의 소유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도움이 되는 영향력을 가장 광범위하게 발휘하는 그런 사람이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현재에 집중하자 순간을 살아라)

    지중해성 기후는 내리쬐는 햇살 덕에 기온은 높지만 습도가 낮아 굉장히 쾌적합니다.

    햇살은 뜨겁지만 그늘로 들어가면 아주 서늘합니다.

    더운 날씨이지만 전혀 짜증스럽지 않죠.

    숲에 조금만 들어가면 먹을 만한 것이 있기 때문에 살기 위해 아둥바둥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속적으로 행복한 상태인 것이죠.

    그러나 아무리 잘난 체를 해 본들 결국 인간은 자연을 이길 수가 없죠.

    그럼에도 지금의 삶은 부정할 수 없는 축복입니다.

    지중해성 철학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seize the moment' 순간을 즐기고 온전히 살라는 메시지를 김화영은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을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인도를 다녀와서야 비로소 나는 꿈이라는 말의 참다운 규모를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요즘 나는 꿈이 인도의 은유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는 한 알의 사과로 파리를 놀라게 하리라. 폴 세잔 ​

     

     

    대지와의 탯줄을 끊지 않는 사람(조르바)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의 행동은 제 판단의 축을 흔들었고, 개선문의 주인공 라비크가 추구하던 삶의 행태. 즉,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좋지만 내가 기분 좋으면 팁 줄 정도의 경제력을 갖고 큰 욕심 없이 작은 정의를 놓치지 않는 삶을 좇아가는 것이죠.

    그리고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의 성향을 찬찬히 살피면서 '아! 나는 지중해성 사고방식을 갖고 있구나'를 느끼게 됐습니다.

     

    별이 빛났고 바다는 한숨을 쉬며 조개를 핥았고 반딧불은 아랫 배에다 에로틱한 꼬마 등불을 켜고 있었다.

    밤의 머리카락은 이슬로 축축했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독일어에서 나온 키치(kitsch)는 영어로 섈로(shallow)라고 번역합니다.

    얕은, 얄팍한, 피상적인이라는 뜻인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가리키기에 가장 적절한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안나 카레니나)

    살다 보면 힘든 순간이 오잖아! 설득의 순간 판단의 순간이 오는 데 그때 이 책이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안나 카레니나는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라 농노제 붕괴에서 러시아 혁명에 이르는 한 시대를 아우르는 세계문학 사상 가장 위대한 사회소설이다. ​

     

    브론스키는 짓눌린 생기를 알아챘다.

    페테르부르크에서 기차가 멈추자마자 그녀는 내렸다.

    맨 처음 그녀의 눈에 띈 것은 남편의 얼굴이었다.

    '세상에 어째서 저 이의 귀는 저렇게 생겼을까?'

     

    줄리언 반스가 플로베르의 앵무새에서 이야기했듯 성취가 아닌 성취를 향한 갈망이 진짜 행복인 것이죠.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은 불행으로 마무리됐지만 책의 마지막은 레빈과 키티가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끝납니다.

    톨스토이가 생각한 정답은 레빈과 키티의 삶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뭉크의 그다음 날이라는 그림을 1909년 오슬로 국립 박물관에 걸겠다고 하자 후원자들이 난리가 났다.

    '오슬로 국립박물관은 술 취한 여자가 쉴 곳이 아니다.'

    그러자 관장이 다음과 같이 세련된 반박을 합니다.

    '이곳이 쉴 만한 곳이었는지 그녀가 깨어나면 물어보겠다.

    그러나 지금은 자게 내버려둬야 한다.

    그녀가 있는 것이 미술관의 영예가 될지 치욕이 될지 아직 판단하기 이른 시간이다.' ​

     

     

    마음을 열다. 법정 그리고 동양 사상

    법정 스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돈오(갑작스러운 깨달음)을 얻는다.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다독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