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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동주 열국지(풍몽룡)
주나라 양성에 귀곡이라는 곳이 있었다.
산은 깊고 숲이 우거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으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곳을 귀곡이라고 불렀다.
그중에 한 은자가 있었으니 스스로 귀곡자라 불렀다.
귀곡자는 천문에 통달하고 지리를 꿰뚫었다.
몇 개 학파의 학문을 섭렵했는데 남들이 따를 수 없었다.
선생은 오는 사람을 막지 않았고, 가는 사람을 잡지 않았다.
그 제자 중 유명한 사람으로 제나라의 손빈, 위나라의 방연, 장의, 낙양 사람 소진이 있었다.
1.패합捭闔
나아가서는 반드시 이긴다.
패捭는 연다는 뜻이고, 합闔은 닫는다는 뜻이다.
문을 연다는 것은 곧 나간다는 것이고, 닫는다는 것은 지킨다는 뜻이다.
즉 나갈까 말까, 시작할까 말까를 결정하는 단계가 바로 이 단계다.
귀곡자 스쿨의 수제자_이세민
이세민의 삶을 편의상 세 단계로 나누어보자.
1기는 아버지 이연을 부추겨 당을 세우고 현무문의 변을 일으켜 형제들을 죽여 황제가 되기까지, 권력을 향해 질주한 시기다.
2기는 황제가 된 후 중앙집권제를 완성하고 법령을 완비하여 정관의 치를 이루었다고 말하는 치세기다.
그리고 3기는 고구려 침략의 실패와 후계자 문제로 얼룩진 그의 우울한 말기다.
이세민은 그야말로 자신의 능력과 탁월한 용인술로 출세한 사람이며, 성과를 이룬 후에 지킬 줄도 알았던 사람이다.
그러나 이세민은 실패한 아버지의 전형이기도 하다.
아들 열네 명 중 세명이 죽임을 당하고, 세 명이 자살했고, 세 명은 어려서 죽고, 한 명은 유폐되고, 두 명은 일반 백성으로 강등당했으니 제대로 남은 사람이 없다.
이세민은 귀곡자의 성공 비결은 파악했으나 귀곡자의 인생론, 즉 영원한 성공은 없다는 이치를 받아들이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언제나 주변은 중심에 주도권을 빼앗긴다.
일을 시작하려면 일단 주도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주도권을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심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세민의 아버지 이연은 산서성 태원에서 군사를 일으켰다.
산서성은 중국 동북에서는 제일 중요한 군사 지역이지만 중원을 차지하기에 좋은 위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세민은 중심으로 바로 쳐들어가는 것을 통해서 천하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이연의 군대가 남하할 때 곽읍에서 2만의 수나라 군대가 저항을 하였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고 양식이 동나자 이연과 배적이 상의해서 태원으로 돌아가 훗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세민이 나서 말한다.
'지금 의로써 병을 일으켰는데, 나아가면 반드시 이길 것이고, 물러나면 반드시 흩어집니다. 앞에서 대중이 흩어지고, 뒤에서 적이 달려들면 죽음뿐입니다.'
과연 물러나서 지키기 작전을 썼던 경쟁자들은 결국 모두 멸망하고 말았다.
2.반응反應
일에 관계된 사람의 진심을 파악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우화에는 두 가지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하나는 사람은 자기가 알고 있는 비밀을 알리고 싶어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듣는 상대를 신뢰할 수 있어야 말을 한다는 것이다.
이 우화에서 남자는 자기가 알고 있는 비밀을 말하고 싶어서 견디다 못해 숲에다 대고 소리를 친다.
숲은 남에게 위험한 말을 전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대방에게 내가 숲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다면 상대의 진심을 파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논어_공야장
하루는 누가 공자의 제가 염옹을 평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옹은 인을 갖추었지만 말재주가 부족합니다.'
그러자 공자가 말하기를, '말을 잘해서 어디에 쓴단 말이오? 말솜씨로 남을 막고, 자주 미움이나 받을 뿐인데 어디에 쓰겠소?'
3.내건內揵
함께할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
내內란 안으로 들어간다는 뜻과, 안에 위치한다는 두 가지 뜻이 있다.
그리고 건揵이란 매우 긴밀하게 관계를 맺는다는 뜻인데, 원래 '막는다''닫아건다'는 뜻으로 나와 운명을 함께한 사람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 빗장을 채우듯이 잠근다는 것이다.
내건의 교과서_강태공
내건을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해답을 주는 것이다.
강태공은 유리에 갇힌 서백(문왕)을 구하기 위해 재물을 준비하여 폭군의 환심을 산다.
그러니 강태공은 문왕의 생명의 은인인 셈이다.
사실 구해줘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면 그런 사람은 버려야 한다.
인지상정을 거스르는 사람을 쓰지 마라(관중)
나라의 기둥인 관중이 병이 들어 임종을 기다릴 때 환공이 앞으로 누구와 정치를 논할지 관중에게 묻는다.
'역아가 어떻습니까?'
역아는 제 아들을 삶아 임금의 병에 썼다는 사람이니 환공은 그의 충성을 믿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자 관중은 '아들을 죽여 임금은 모신다는 것은 인정이 아닙니다. 그는 안 됩니다.'
'그럼, 개방이 어떻겠소?' 개방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환공을 보좌했다고 한다.
그러나 관중은, '어버이를 등지고 임금을 모시는 것은 인정이 아닙니다. 그는 가까이하기 힘듭니다.'
'그럼, 수조는 어떻소?' 수조는 환공을 모시기 위해 스스로 환관이 되었다고 한다. 대단한 충성이 아닌가?'
그런데 관중은 '스스로 성기를 잘라 임금을 섬기는 것은 인정이 아닙니다. 그는 친할 사람이 아닙니다.
' 한마디로 안 될 사람들이니 가까이 두지도 말고, 친해져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중이 죽자 환공은 이 셋에게 전권을 주었고 역시 관중의 예측처럼 역아와 수조 등은 환공을 굶겨 죽였다고 한다.
4.저희抵巇
틈이 작을 때 미리 제거한다.
희巇라는 것은 틈이니, 틈은 곧 아주 작은 금을 말한다.
작은 금이 커져서 큰 틈새가 된다. 틈이 시작될 때는 조짐이 있다.
이 조짐을 살펴서 틈새를 막는 방법을 저희抵巇라고 부른다.
한꺼번에 많은 틈을 막는 역발상(조조)
조조는 원소를 대파한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원소의 문서고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원소와 조조 진영의 인사들이 밀통한 문서가 무더기로 나온다.
사실 보통의 수장이라면 그 내용을 얼마나 보고 싶어 했을까?
그러나 조조는 이렇게 말한다.
'원소가 강했을 때는 나조차 항복을 생각했다.
그러니 부하들이 항복할 생각을 한 것은 당연하다. 모두 불살라라.'
조조가 잃은 것은 문서 조각이었고 얻은 것은 마음이었다.
5.오합忤合
형세를 살피고 기세를 탄다.
오합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어떤 사람과 함께하거나 헤어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어떤 사태의 추이와 함께하든지 아니면 거스르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즉, 오합이란 천시를 제대로 살펴 그 천시가 변하는 형세를 타고, 일단 그 형세를 탄 후에는 최선을 다하라는 내용이다.
후 출사표(제갈량)
천하의 객관적 정세_적은 강하고 우리는 약하다.
'선제께서 신에게 역적을 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밝으신 선제께서는 저의 재주를 헤아리시어 제가 적을 치려 하나 제 능력은 부족하고 적은 강함을 익히 알고 계셨습니다.'
촉의 흥망의 정세_공세로 전환하지 않으면 망한다.
'그러나 적을 치지 않으면 왕업이 망하는데 어찌 일어나 치지 않고 가만히 망하기를 기다리겠습니까?
이것이 선제께서 적을 치라고 부탁한 이유입니다.'
공세를 위한 사전 작업_후방을 안정시켰다.
'북을 치려면 의당 남쪽을 먼저 평정해야 하기에 지난 5월에는 노수를 건너 불모의 땅으로 깊이 들어갔습니다.
제갈량의 북벌은 실패했다.
그러나 지금도 제갈량은 진심을 다하는 사람의 표본으로 남아 있다.
전쟁에 졌지만 개인사는 오합에는 성공했기 때문에 염파와 백기 같은 운명을 맞지 않았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선 자신의 재능과 지예를 먼저 알아야 한다.
제갈량이 무리해서 북정을 감행한 까닭은 자신이 속한 조직인 촉나라의 실력과 속성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촉나라는 창업 1세대가 물러나면 토착세력에게 자리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던 곳이다.
과연 제갈량 사후에 촉은 곧 투항파와 저항파로 나뉘고 등애가 성도를 공략하자 후주 유선은 저항 한 번 하지 않고 항복하고 만다.
6.췌마揣摩
정보에서 상대를 앞선다.
췌揣란 헤아린다. 즉 추측한다는 뜻이다.
추측을 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하다.
마摩란 추측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 본 뜻은 만져본다는 것이다.
허상을 버려야 실상이 보인다(췌마에 실패한 조선통신사)
때는 1590년이다.
대마도에서는 전란에 휩싸일 것을 두려워해 통신사 파견을 요청하고 있다.
그래서 조선왕조는 정사 황윤길, 부사 김성일을 통신사로 파견한다.
췌마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감정을 최고조로 올리는 반면, 자신은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통신사는 반대로 행동했다.
조선왕조는 내건(결정권자와 한 몸이 되는 것)이 되어 있지 않았다.
군주와 신하는 완전히 이격 되어서 군주는 그저 신하를 견제하기 위해 신하들이 서로 싸우도록 하고 있었다.
내건이 안 되어 있으니 저희(틈이 생길 가능성을 미리 제거하는 것)의 술을 쓸 수 없다.
그러니 오합(천시를 읽고 형세를 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당시 서구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은 강력한 군사대국이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무려 200만 석의 영지를 가진 봉건왕조의 실질적인 수장이고 수하에 부릴 수 있는 정예병이 10만을 넘었다.
그는 자신 못지않게 용맹한 적수들을 차례로 무릎 꿇리고 그 자리에 앉았다. 봉건국가에서 전쟁 공신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공식처럼 나와 있다.
군주가 평화를 보장하려면 신하들에게 봉토를 주어야 한다.
봉토를 보장해 줄 수 없으면 새로운 정복 사업이라도 벌여야 한다.
장수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 것이다.
우선 박윤길은 그가 조선을 치려 하는 하는지 운을 떼봐야 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나면 대담하게 말을 걸어야 한다.
'전하의 직할지를 보니 재화가 넘치고 없는 것이 없습니다.
일본이 크게 흥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병선은 어디에 쓰실 요량이십니까?
명나라의 병선도 이에는 미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비겸(상대를 높여 상대를 제압하는 것)의 술을 쓸 정도의 담력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오만하고 패기 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나는 명나라를 쳐서 봉국으로 삼으려 한다.
그러니 조선은 길만 열면 된다.
길을 막는다면 한 달 안에 황무지로 만들겠다.'
그럴 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조선은 사실 보잘것없습니다.
땅은 황폐하고 먹을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예와 의를 찾아서 참으로 부리기가 어렵습니다.
조선은 원래 힘으로 다스리기 어려워 지금처럼 예와 의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조선은 누대로 중국에 근접해 있는데 왜 한 번도 중국에 복속되지 않았겠습니까?
이기더라도 뒤에 바로 화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이를 얻어 무얼 하겠습니까?'
그러면 히데요시는 이전에 공언했듯이 명나라를 핑계 댈 것이다.
'나의 목적은 명나라다. 조선은 그냥 길만 열어주면 된다.'
그러면 이렇게 훈수를 둔다.
'육로로 명나라를 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우선 조선은 길이 나쁜데 어떻게 군대를 이동시키겠습니까?
명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요동을 통과해야 하는데 요동에는 여진족을 막기 위한 강력한 명나라 군사들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요동에서 명군을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요동의 겨울은 일본의 병사들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가혹합니다.
만약 압록강을 건너 지도 못하고 명군에게 막힌다면 군대는 바로 독 안에 둔 쥐와 같습니다.
조선은 오직 남쪽만 비옥한데, 남쪽의 물자를 옮기는 길을 명군이 먼저 막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대군은 좁은 땅에 갇혀 굶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명나라를 친다고 하면 차라리 방어선이 약한 명나라 남부 해안에 직접 군대를 주둔시키는 편이 낫습니다.'
그런 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찾아간다.
'관백(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직책)이 조선까지 넘겨다보는 것 같습니다. 장군께서는 심려가 크시겠습니다.'
그러니 떨떠름한 결에 내부의 문제를 은연중에 드러낼 것이다.
한 번의 유세로 다섯 나라의 운명을 바꾸다(자공)
기원전 5세기 춘추 말기다.
제나라가 노나라와 전쟁을 하려고 하자 공자의 근심이 더해져서 제자들에게 말한다.
'노나라는 조상의 묘소가 있는 부모의 나라다. 지금 나라가 위험하니 자식으로서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
그러자 제자들이 서로 가겠다고 나서지만 공자는 자공의 요청만 들어준다.
자공이 우선 제나라에 도착했다. 그는 전상에게 말한다.
'군이 노나라를 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노나라는 정벌하기 어려운 나라입니다.
성곽은 낮고 볼품없고, 땅은 좁고 메말랐으며, 임금은 어리석고 어질지 못하며, 신하들이란 거짓된 자들이고 쓸모가 없습니다.
게다가 그 인민들이란 군사의 일을 싫어합니다.
그러니 더불어 전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오나라는 성이 높고 두꺼우며, 땅은 넓고 기름지고, 갑옷은 견고하고 새로우며, 선비들은 넘치고, 제대로 무장한 병사들은 명을 받으면 목숨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이러니 쉽게 정벌할 수 있습니다.'
전상은 화를 내며 얼굴색을 싹 바꾸고 말한다.
'선생께서는 말씀을 거꾸로 하십니다. 어려운 것을 쉽다 하고 쉬운 것을 어렵다 하시다니요?'
그러자 자공이 과감하게 전상을 떠본다.
'제가 듣건대 내부에 우환이 있을 때는 강한 상대를 공략하고, 우환이 밖에 있을 때는 상대가 약할 때 공략한다고 합니다.
지금 군의 걱정은 안에 있습니다.
제가 듣건대 군께서 세 번이나 봉해지려다 세 번 다 실패한 것은 대신 중에 찬성하지 않는 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그대의 목적은 말 안 듣는 자들을 전쟁터로 보내 제거하려는 것이 아니오?)
그런데 지금 군께서는 노나라를 쳐서 제나라의 영토를 넓히려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들이 싸움에서 이기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임금은 교만하게 되고, 전쟁에 나간 신하들도 존귀하게 되어 그 공이 군보다 커지지 않겠습니까?
결국 위로는 임금의 지위만 공고하게 하고, 아래로 신하들만 으스대게 하지 않겠습니까?
반대로 만약 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 책임은 모두 싸움을 일으킨 군께 돌아가서 지위를 보존하기도 어렵게 됩니다.
그런데 오나라와 전쟁을 해서 지면 (적수들의) 백성(군사)은 밖에서 싸우다 죽고, 안에는 대신들이 비어버릴 것이니, 위로는 적수가 될 강력한 대신이 없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화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면 제나라의 주인은 바로 군이 되지 않겠습니까?'
전상은 탐욕스럽기로 유명한 인간이다.
그런 인간에게 인의 도덕 따위를 이야기해 봐야 통하지도 않는다.
그러자 이 욕심쟁이는 희색을 띠며 대답한다.
'좋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미 군대를 노나라 쪽으로 배치했소. 병을 오나라로 돌린다면 딴마음이 있다고 의심받지 않겠소?'
그러자 자공이 구실을 제공한다.
'제가 오나라로 가서 노나라를 구원한다는 명분으로 제나라를 공격하게 하겠습니다.
그때 군께서 오나라로 군대를 돌리면 됩니다.'
이제 자공은 오나라로 간다.
그리고 오왕 부차에게 말한다.
'제가 듣건대, 왕자(왕도를 실천하는 사람)는 남의 대를 끊지 않고, 패자는 강적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주 무거운 것도 미세한 무게를 더하면 움직일 수 있습니다.
지금 제나라는 만승의 나라인데 천승에 불과한 노나라를 병합하여 오나라와 힘을 겨루어 결국 오나라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려고 합니다.
이에 왕께서 노나라를 구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제나라를 벌하면 얻는 것이 클 것입니다.
제후들을 끌어안고 광폭한 제나라를 치고 강한 진나라를 복속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명분은 노나라를 구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강한 제나라를 어렵게 하는 일이니, 지혜로운 자라면 다시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오나라의 군주 부차는 당시 가장 강한 군대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패자가 되려는 욕망과 명성을 얻으려는 허영이 대단했다.
그래서 자공이 왕도와 패도를 동시에 이야기한 것이다.
그러자 부차는 이렇게 대답한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월왕이 절치부심하여 보복할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공께서는 내가 월나라를 정벌하기를 기다리시오.
그런 후 공의 의견을 듣겠소'
부차는 자신의 심중의 우환을 모두 말한다.
이제 자공은 본심을 알았다.
그럼 어떻게 말하는지 보자.
'월나라는 노나라 보다 강하고, 오나라는 제나라보다 강하지 못합니다.
왕께서 제나라를 두고 월나라를 친다면 강한 제나라는 이미 노나라를 평정했을 때입니다.
지금 왕께서 명이 끊어지는 나라를 그대로 두고, 강한 제나라를 두려워하여 약한 월나라를 공격한다면 용감한 행동이 아닙니다.
용감한 자는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진 자는 공궁하게 하지 않고, 지혜로운 자는 시기를 잃지 않고, 왕도를 아는 자는 남의 후대를 끊지 않음으로써 의를 세운다고 합니다.
지금 월나라를 보존하여 제후들에게 인을 보이시고, 노나라를 구하고 제나라를 벌하여 진나라를 위협하면 제후들은 반드시 오나라에 입조하여 패업을 이룰 것입니다.
지금 그렇게 월나라가 걱정되시면 제가 월나라로 가서 병사를 이끌고 대왕을 돕게 하겠습니다.
그러면 월나라가 텅 빌 터이니 뒤는 더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자 오왕은 크게 기뻐하면 자공을 월나라에 사신으로 보낸다.
당시 월왕 구천은 오왕 부차에게 대패한 후 오로지 복수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공을 보자 바로 비뚤어진 한마디를 툭 던진다.
'이런 오랑캐 땅에 선생께서 어쩐 일로 몸소 오시었소?'
자공은 말한다.
'지금 제가 오왕을 설득해서 제나라를 공격하여 노나라를 구하라고 했습니다.
오나라는 그렇게 하고 싶지만 월나라를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더러 월나를 정벌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월나라를 공격할 것이 확실합니다.
대저, 원수를 갚을 마음이 없는데 의심을 산다면 이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원수를 갚을 마음이 있는데 상대가 먼저 알게 되면 위태롭게 됩니다.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상대가 이를 듣는다면 위험케 됩니다.
이 세 가지는 일을 하는 데 반드시 꺼릴 바입니다.'
구천은 복수를 하겠다는 의지를 바로 밝힌다.
'내가 내 힘을 믿고 오나라와 전쟁을 하여 치욕을 받은 뒤, 고통이 뼈에 사무쳐 이를 갈고 있었소.
나는 오왕과 싸워 그를 따라 죽는 것이 소원이오. 선생의 의견을 듣고 싶소.'
자공이 말한다.
'오왕은 성격이 난폭하고, 신하들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국가는 전쟁에 지쳐 피폐해졌고, 병사들이 견디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백성이 위를 원망하고 대신들은 안에서 변란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자서가 죽음으로 간하지만 태재 백비는 임금에게 아부하여 사욕을 채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는 망해가는 나라의 정치 상황입니다.'
오나라가 망해가는 상황이라니?
처음에는 구천에게 겁을 주고 다시 구천의 복수심에 불을 지른다.
자공은 계속한다.
'지금 대왕께서 사졸들을 보내 오왕을 돕고, 보물로 그 마음을 사십시오.
그리고 비굴한 말로 예를 보이면 오나라는 반드시 머리를 돌려 제나라를 칠 것입니다.
오나라가 지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고, 이기면 반드시 기고만장하여 군대를 진나라로 돌릴 것입니다.
이제 제가 북쪽으로 가서 진왕을 만나 오군을 반격하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나라는 반드시 약해집니다.
정예병은 제나라에서 다 쓰고 중갑병은 진나라와 싸우면서 피폐해질 것입니다.
이때 피폐한 오나라를 공격하면 반드시 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구천은 기뻐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자공에게 크게 사례하는데 자공은 받지 않는 태연함을 잃지 않는다.
그다음에 자공이 진나라로 가서 진왕을 설득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진왕은 자공의 말을 듣자마자 크게 두려워하여 전쟁 준비를 단단히 한다.
과연 강력한 오나라 군대는 제나라를 대파하고 내친김에 진나라를 압박한다.
그러나 준비가 잘 된 진나라와의 싸움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오히려 크게 반격당한다.
게다가 구천이 이를 틈타 오나라를 공격하니 오나라는 크게 당황했다.
오왕은 어쩔 수 없이 진나라를 포기하고 돌아와야 했다.
자공이 크게 깨닫고 있었던 것이 바로 췌마법이다.
7.비겸飛箝
상대를 높여 상대를 제압한다.
비飛란 띄운다. 즉 칭찬한다는 뜻이다.
겸箝은 쇠사슬로 묶는다.
혹은 집게 따위를 꽉 잡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결국 비겸은 띄워서 꽉 잡는다는 뜻인데 그 의미가 무척 강력하여 유학자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말보다 사람이 중요하다_고차원적 비겸을 실천한 공자
하루는 공자가 정무를 보고 돌아오니 마구간에 불이 나서 다 탔다.
그때 공자가 '사람이 다쳤느냐?'라고 묻고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고 한다.
공자는 마구간 지기에게 이렇게 말한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지만, 그대가 말 따위보다 더 중요하다.'
공자의 비겸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최상급의 비겸이다.
칭찬에는 장사가 없다_결정권자를 높여 목적을 이룬 상앙
상앙은 원래 위나라 사람이었다.
위나라의 상국 공숙좌는 죽으면서 위 혜왕에게, 상앙에게 국사를 물으라고 했다.
물론 위왕은 어린 상앙에게 나라를 맡기라는 공숙좌의 말을 허튼소리로 흘린다.
그러나 그가 얼마나 뛰어났던지 공숙좌는 이에 이렇게 말한다.
'그를 쓰지 않으려면 죽이십시오. 나라 밖으로 나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고는 상앙에게는 도망가라고 한다.
'위왕에게 너를 쓰라고 했다.
너를 쓰지 않으려면 네가 다른 곳에서 벼슬하지 못하게 죽이라고 했다.
너를 쓰지 않을 것 같으니 빨리 달아나거라'
그런데 그가 한 대답이 걸작이다.
'스승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를 쓰라는 스승의 말씀을 듣지 않았는데, 저를 죽이라는 말씀을 듣겠습니까?'
8.권權
말의 힘으로 상황을 주도한다.
권權이란 저울추를 뜻한다.
권의 가장 원시적인 의미는 나와 주위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판단하는 것인데 여기서는 상황에 따른 말의 변화를 뜻한다.
핵심을 찔러 말의 힘을 보여준 서희
서희의 췌마술을 살펴보자.
소송녕이 대군을 몰고 압록강을 건너자 투항파와 저항파의 고전적인 설전이 시작된다.
투항파들이 서경 이북을 할양하고 화친하자고 할 때 서희가 말한다.
'거란의 동경에서 우리의 안북부에 이르는 수백 리는 모두 여진이 차지하고 있던 것을 광종께서 이를 취하고 가주, 송성 등을 쌓았습니다.
거란이 온 이유는 고작 이 두 개 성을 뺏으려는 것으로 고구려의 옛 땅을 뺐겠다는 말은 사실 우리를 겁주려는 것입니다.'
이 말은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단한 통찰을 담고 있다.
11세기 초부터 여진이 서서히 세력을 모으기 시작하는데 요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고려보다는 같은 유목민인 여진이 더 두려웠던 것이다.
요에게 최선의 길은 고려와 여진이 서로 견제하는 것이었다.
송에 사절로 파견되어 활약한 적이 있는 서희는 이러한 국제 정세를 간파한 것이다.
강하게 저항하면 요는 깊이 들어오기 힘들다.
소손녕은 만약 고려가 강경하게 저항한다면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서희가 담판에 나선다.
소송녕이 말한다.
'그대의 나라는 신라 땅에서 일어섰고 고구려의 옛 땅은 우리 것인데 어찌 침범하는 것이오?
또 우리와 국경을 접하고도 바다 건너 송을 섬기니 이번에 출병하게 되었소.
만일 할양하고 화친을 한다면 무사할 수 있을 것이오.'
결국 북진과 친송 정책을 모두 포기하라는 것이다.
이에 서희가 답한다.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국호는 고려로 고구려를 이어받고 평양을 수도로 정했습니다.
경계를 따지자면 귀국의 동경도 우리 땅인데 어찌 침범을 말하십니까?
이제 본론이 나온다.
'압록강 내외도 우리 땅인데 여진이 차지하고는 교통을 막아서 바다를 건너 통교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지금 여진으로 하여금 우리 땅을 돌려주게 하고 거기다 성과 보를 쌓으면 어떻게 감히 통교하지 않겠습니까?
장군께서 천자께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찌 허락하지 않겠습니까?'
고려사에 나오는 대화는 단 두 마디다.
그렇지만 그 안에 모든 내용이 들어 있다.
여진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은연중에 명확히 함으로써 요와 고려의 실리를 강조했다.
이리하여 양국의 합의하에 고려는 북진을 계속할 수 있었다.
선조는 원망하는 말을 가장 많이 한 조선의 임금이다.
'나라를 이렇게 만든 것은 과인의 실수다. 그러나 과인을 보좌하지 못한 것은 그대들의 실수다.'
그래서 어떤 때는 김성일, 어떤 때는 유성룡, 어떤 때는 이순신, 어떤 때는 정철, 어떤 때는 윤두수가 '그대들'의 목록에 올라갔다.
지도자가 이런 원망하는 말을 자주 하면 아래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나라를 망친 것은 왜적의 침략을 묵살한 김성일 때문이다.'
'김성일의 배후는 모두 유성룡이다.'
'이순신이라는 자는 믿을 수 없다.'
등등의 말이 여과 없이 나온다.
그런 후 다시 자신의 잘못을 잊으라는 청을 하니 신하들이 진심을 다할 수가 없다.
9.모謀
사람을 움직여 일을 성사시킨다.
모謀란 실제로 지략을 써서 일을 이룬다는 뜻이다.
대개 어진 사람은 재물을 가볍게 여기므로 이익으로 유혹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일을 할 비용을 쓰게 할 수는 있다.
용감한 자는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으므로 우환으로 겁을 줄 수는 없지만 위험한 곳을 지키게 할 수는 있다.
또 지혜로운 자는 술수와 이치에 밝으니 속일 수는 없지만 도리를 내세워 공을 세우게 할 수는 있다.
이들의 바로 세 종류의 인재다.
10.결結
마지막 결단으로 성과를 얻는다.
최고 결정권자는 최고 수준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_장자
조나라의 문왕은 칼싸움을 어지간히도 좋아했다.
그래서 검을 다루는 식객만 3,000명이 모여들었다.
장자는 태자와 함께 임금을 만나러 갔다.
물론 장자는 검술의 달인이 아니었다.
장자가 검에 대해 한마디 한다.
'대저 검술이라는 것은 허점을 보여주어 유인하고, 늦게 뽑아도 먼저 찌르는 것입니다. 한번 시연하고 싶습니다.'
왕은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검사들을 시합시켜서 7일 동안 60명의 사상자를 낸 끝에 여섯 명을 추려냈다.
그러고는 장자를 불렀다.
'자, 오늘 검을 시연해 주시지요. 선생의 검은 길이가 얼마나 되오' '길이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세 개의 검을 가지고 있는데 오직 왕께서만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천자의 검과 제후의 검, 그리고 서민의 검 세 가지입니다.'
'천자의 검은 어떤 것이오?'
'천자의 검은 연나라의 계곡과 석성을 칼끝으로 하고, 제나라의 태산으로 그날을 삼는데, 사방의 오랑캐들을 포용하고, 사계절로 감쌌습니다.
이 검은 오행을 다스리고, 형벌과 덕을 논하며, 위로는 구름을 결딴내고, 아래로는 지기를 끊습니다.
이 검을 한 번 쓰면 제후들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천하가 복족하게 됩니다.'
장자는 마음에 욕심이 많아 사람을 모아 칼싸움이나 시키는 작은 제후국의 왕이 감히 이런 칼을 알기나 하는가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이제 문왕은 그 거침없는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래서 제후의 검은 무엇인지 묻는다.
'제후의 검은 용기 있는 자로 칼끝을 삼고, 청렴한 사람으로 칼날을 삼아서, 위로는 둥근 하늘을 본받아 해와 달과 별의 세 가지 빛에 순응하고, 아래로는 모가 난 땅을 본받아 사계절에 순응하고, 가운데로는 백성들의 뜻에 부합하여 사방을 편안하게 합니다.
이 검을 쓰면 나라 안에 그 명령을 어기는 자가 한 명도 없습니다.'
제후국들이 힘을 겨루는 상황에서 부국강병은 인재 등용과 기강 확립이었다.
물론 검객들이나 모으는 문왕이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함은 당연하다.
'서민의 검을 말해보오'
'서민의 검은 봉두난발에 귀밑 거리가 관(모자) 밖으로 나오고, 눈을 부릅뜨고 면전에서 서로 치고받는데, 위로는 목을 베고, 아래로는 간과 폐를 찌릅니다. 이것은 닭싸움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일단 목숨을 잃고 나면 이미 나랏일에 쓸 수가 없게 되지요.
지금 대왕께서는 천자와 같은 지위에 있으면서 오히려 서민의 검을 좋아하시니, 제가 감히 말씀드리오니 그 일은 경박한 행동이라 여깁니다.'
이러자 문왕은 크게 깨달아 석 달 동안 궁전에 나가지 않았고 검객들은 모두 자결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