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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랭클린 자서전

     

     

     

    독서의 즐거움

    나는 신문에서 어떤 이야기 하나를 발췌해 그것을 운문으로 고치고,

    그것을 모두 잊어버렸을 때쯤에는 원래의 산문으로 되살려보는 연습을 했다.

     

    또 어떤 때는 여러 글을 마구 섞어 놓고 몇 주일이 지난 뒤

    그것들을 올바른 순서로 고치고 완전한 글로 완성시키는 연습도 했다.

     

    이런 식으로 내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익혔다.

    그리고 원문과 내가 쓴 글을 비교하면서 잘못된 것을 고쳐 나갔다.

     

    그 결과 내가 쓴 글이 원문보다 좋은 경우도 있었는데, 그럴 때는 정말 기뻤다. ​ ​

     

     

    회원제 도서관

    나는 회원제로 책을 빌려주는 도서관을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

    회칙은 내가 초안을 만들고 마을에서 유명한 공증인 브록덴이 완성시켰다.

     

    전토 클럽 친구들도 적극 나서서 50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회원은 가입비로 40실링을 내고 해마다 50년 동안 10실링씩을 내기로 정했다.

     

    50년이라고 정한 것은 그 정도로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뒤 회원은 100명으로 늘어났고, 도서관은 법인체가 되었다.

    이는 오늘날 정착한 회원제 도서관의 시초였다. ​

     

    도서관의 규모는 나날이 켜져만 갔다.

    그리고 다른 도서관도 계속 생기면서 늘어갔다.

     

    도서관은 국민의 지식수준을 높임은 물론

    평범한 상인이나 농민들의 교양도 외국의 신사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또 식민지 주민들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 독립전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도서관의 영향을 받아서였다. ​

     

    처음 나는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여기저기 많이도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나는 도서관 설립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는데, 그때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후원을 얻으려면 아무리 유익한 일이라도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유명해지고 명예를 얻는다고 생각하면 협력하기를 꺼렸다.

    그래서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내 이름을 내세우지 않았다. ​

    이는 내 친구들의 생각이었다.

     

    이 방법에 따라 나는 회원가입을 권유하러 다닐 때 친구의 이름을 대고는

    그의 부탁을 받았다면서 당신이 책을 매우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다고 했다.

    이 방법은 성공적이었다. ​

     

     

    13가지 덕목

    나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도덕적으로 완전한 사람이 되려면 확신만 가지고는 안 된다. 몸과 마음 모두 완벽해져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쁜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 그런 후에 좋은 습관을 몸에 익혀야 한다.' ​

     

    그래서 나는 내게 필요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덕목을 열세 가지로 분류하고

    그 하나하나에 간단한 계율을 붙였다.

    그 덕목과 계율은 다음과 같다. ​

     

    1. 절제

    배부르도록 먹지 말라. 취하도록 마시지 말라. ​

     

    2. 침묵

    자기 자신이나 남에게 유익하지 않은 말은 하지 말라.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 ​

     

    3. 질서

    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두어라. 모든 일은 미리 때를 정해서 하라. ​

     

    4. 결단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겠다고 결심하라. 결심한 일은 반드시 실행하라. ​

     

    5. 절약

    나나 남에게 유익하지 않은 일에는 돈을 쓰지 말라. 쓸데없는 낭비는 하지 말라. ​

     

    6. 근면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지 말라. 항상 유용한 일을 하고, 무익한 일은 모두 끊어 버려라. ​

     

    7. 진실

    사람을 속이지 말라. 순수하고 공정하게 하여 남에게 해가 없도록 하라. 언행을 일치시켜라. ​

     

    8. 정의

    남을 모욕하거나 피해를 주는 일을 하지 말라. 타인에 대한 자신의 의무를 다하라. ​

     

    9. 중용

    극단을 피하라. 자신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화를 내지 말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말라. ​

     

    10. 청결

    신체, 의복, 집안을 청결하게 유지하라. ​

     

    11. 침착

    사소한 일이나 흔히 있는 일상적인 일, 어쩔 수 없는 일에 흔들리지 말라. ​

     

    12. 순결

    잠자리는 건강과 자손을 위해서만 하라.

    성교는 감각이 둔해지거나 몸이 쇠약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며, 부부의 평화가 깨지고 평판에 해가 될 정도로 하지 말라. ​

     

    13. 겸손

    예수와 소크라테스를 본받아라. ​

     

    '절제'를 맨 처음 덕목으로 한 것은 머리를 맑게 해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면 어려서부터 버릇이 된 나쁜 습관과 유혹을 경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덕목을 완전히 익히고 나면 그다음 덕목인 '침묵'은 더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또 이러한 덕목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지식을 얻는 목표도 세웠다. ​

     

    지식은 말을 할 때보다 들을 때 얻는다고 생각했던 나는

    쓸데없는 잡담이나 야유, 농담을 하는 습관을 없애기 위해 '침묵'을 두 번째 덕목으로 정했다.

     

    그리고 '침묵'과 그다음 덕목인 '질서'를 지키게 되면 공부하는 시간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단'이 생활화되면 그다음 덕목들을 익히기 위해 단호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또 '절약'과 '근면'을 지키면 남은 빚도 갚게 될 것이고,

    그러면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풍요로운 생활과 독립을 이루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여기까지 성공하면 '진실'과 '정의', 다른 덕목들을 실행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

     

    나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고안한 다음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수첩을 만들어 각 페이지마다 덕목을 하나씩 적었다.

    각 폐이지에는 붉은 잉크로 세로로 줄을 그어 일곱 개의 칸을 만들어 각 칸마다 요일의 머리글자를 써넣었다.

     

    또 가로로는 열세 칸을 만들어 각 덕목을 써넣었다.

    그리하여 저녁마다 그날 하루의 행동을 생각하고 각 덕목을 하나라도 범한 것이 있으면 해당란에 검은 점을 찍었다.

    나의 덕목은 처음에는 열두 가지였다.

     

    그런데 어느 날 퀘이커 교도인 친구 하나가,

    나에게는 종종 거만함이 보일 뿐만 아니라 토론이라도 하게 되면 내 주장을 내세우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상대를 압도하려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례도 몇 가지 들었는데, 듣고 보니 과연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를 고치기 위해 '겸손'을 하나 더 추가했던 것이다. ​

     

     

    공직에 첫 발을 내딛다

    나는 1736년 주 의회 서기로 선출되었다.

    공직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서기는 매년 선출했는데, 나는 한 사람의 반대도 없이 당선되었다.

     

    이듬해에도 나는 다른 후보자를 지지하여 반대하는 의원의 긴 연설에도 불구하고 다시 당선되었다.

    서기는 근무에 대한 기본 봉급 외에도 여러 가지 이점이 있었다.

     

    의원들과 친분을 쌓을 수도 있었고, 의사록이나 법률, 지폐, 거기에다 공문서 인쇄 일도 맡을 수 있었다.

    나로서는 여간 유용한 직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를 반대하는 의원이 달갑지 않았다.

    그는 재산도 있고 교양과 재능을 겸비한 신사였는데, 의회에서의 영향력도 상당했다.

     

    그러나 나는 비굴하게 아첨까지 하면서 호감을 사려는 마음은 없었다.

    그 대신 나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했다. ​

     

    나는 그가 아주 진귀한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편지를 보내 그 책을 읽고 싶으니 닷새 만 빌려 달라고 정중하게 청했다.

     

    그는 즉시 책을 보내 주었다.

    나는 일주일쯤 지나서 친절에 매우 감사한다는 편지와 함께 책을 돌려주었다.

     

    그 뒤 나는 의회에서 그와 대면했는데, 그가 먼저 공손하게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여러 가지 호의를 베풀어 주었다.

    결국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되었고, 그가 죽을 때까지 우정을 나누었다. ​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이 친절을 베푼 사람보다

    당신에게 친절을 베풀어 준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당신에게 친절을 베풀 것이다.'

    이 말은 하나도 틀림이 없다.

     

    이처럼 상대에게 적개심이나 앙심을 품고 적대 행위를 하는 것보다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접근하여 적의를 풀어 버리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